발행일: 2025-08-23 09:13
"가장 어려운 관중"과의 대화 시도
강청완 기자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오이카와 쇼이치 요미우리신문 그룹 대표와 인터뷰하는 사진을 22일 SNS에 공개했습니다.
요미우리 신문은 일본의 대표적인 보수 매체로, 한국으로 치면 조선일보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반적인 논조는 '친미 보수' 성향을 띠고 있으며, 활자 매체를 선호하는 일본의 특성상 발행 부수가 일본 내 1위를 넘어 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은 수준입니다. 이는 일본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신문이라는 의미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요미우리 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한 것은 주목할 만한 행보입니다. 요미우리 신문사 회장이 직접 한국을 방문하여 이 대통령과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인터뷰 내용은 1면을 포함하여 총 5개 면에 걸쳐 실렸습니다. 특히 "과거 정부의 위안부 합의를 뒤집지 않겠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은 국내외 언론의 주요 뉴스로 보도되었습니다.
이 대통령이 일본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과거 야당 대표 시절에도 아사히 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인터뷰는 일본 내에서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요미우리 신문 사이에는 과거 악연도 존재합니다. 2009년 요미우리 신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후쿠다 전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교과서에 다케시마(독도)를 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자, 이 전 대통령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시민들이 요미우리 신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습니다. 당시 이 소송의 법률 대리인이었던 이재명 대통령은 민주당 부대변인 신분이었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인터뷰는 '실용 외교'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국익 중심 실용 외교'를 강조해 왔으며,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공개된 이번 인터뷰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설명입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일본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매우 진보적이고 일본 정부에 적대적일 것이라는 인식이 존재한다"며 "일본 국민의 절반 이상이 보수층이기 때문에 일본의 대표적인 보수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 대통령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오해를 해소하고 소통하려는 전략"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가장 어려운 관중과 먼저 이야기를 하자는 취지"였다는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전략은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여당의 중진 의원이 공개 석상에서 신문 지면을 들어 보이며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언급하는 모습이 방송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도 "의외였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합니다. 국내 기업의 일본 지사에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 인터뷰가 꽤나 화제였다"며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다르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관심이 생겼다는 말들을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과거 일본 언론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요미우리 신문조차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직후 "일제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정리해 한일 관계를 극적으로 개선한 윤 대통령이 퇴진하면서 관계에 영향이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산케이 신문은 "한국 정권이 문재인 정권 시절처럼 반일 노선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염려했고, 일본 교도통신은 이 대통령 당선 직후 "(이 대통령의) 지지 기반 세력은 일본에 비판적"이라며 "향후 한일 관계의 미래는 불투명하다"고 보도했습니다. 심지어 일부 극우 매체는 이 대통령을 '반일 몬스터'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듯 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습니다. 그는 "일본에 대해 내리는 나의 정치적 판단도 내가 야당이었을 때와 지금처럼 나라를 책임지고 있을 때의 판단이라는 것이 다를 수 있다. 사람이 바뀐 게 아니라 야당 때는 싸울 필요가 있었다. 지금은 집권 여당이라는 입장에서 책임이 있으니 포용력을 보여줘야 한다. 국정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일본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존재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요미우리 신문 인터뷰가 한일 정상회담을 넘어 한미 정상회담까지 고려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요미우리 신문은 일본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중요시하는 매체"라면서 "일본을 가장 중요한 아시아 파트너로 생각하는 미국 정가에선 요미우리 신문을 통해 일본뿐 아니라 아시아를 바라본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통령실에서는 한미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이뤄지는 이유에 대해 "미국 입장에서도 한일 관계가 잘 되는 게 자국에 이익이기 때문에 환영하고 있다"고 설명해왔습니다. 미국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친미 성향의 일본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미국에도 긍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는 해석입니다.
이 대통령의 노련함이 돋보이는 부분은 지지층의 반감을 살 수 있는 '위안부 합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점입니다. 과거 위안부 합의(박근혜 정부)와 강제징용 배상 문제(윤석열 정부)는 모두 보수 정권이 주도했으며, 그때마다 극심한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오히려 한일 과거사 문제는 진보 진영이 다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 대통령이 정면돌파를 택하니 민주당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물론 과거 정치권의 무분별한 반일 감정 조장에는 국익보다 특정 진영의 정치적 이익이 고려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되돌아보면 국민 입장에서 불편이 더 컸습니다. 그런 면에서 "일본은 마당을 함께 쓰는 이웃"이고 "국정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일본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존재"라는 이 대통령의 말은 현실적입니다. 좋고 싫음을 떠나 일본과는 함께 갈 수밖에 없습니다. 무작정 'NO JAPAN'으로 돌아가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 대통령은 오늘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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