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변 조선족, 이주와 경계 사이에서 꿈을 좇다: 끝나지 않은 코리안 드림

우리 일상 깊숙이 자리 잡았지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연변 조선족. 이들의 삶과 꿈을 인류학자의 시선으로 깊이 있게 파헤친 현장 보고서가 출간되어 주목받고 있다. 권준희 저자의 책은 2004년부터 2016년까지 12년간 연변을 수차례 방문하여 진행한 심층 조사와 오랜 집필 과정을 통해 완성되었다.

### 조선족의 뿌리: 두만강을 건너다

조선족의 역사는 19세기 말, 더 나은 삶을 찾아 두만강을 건너온 한반도 출신 조선인들의 후예로부터 시작된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후, 이들은 중국 내 55개 소수민족 중 하나로 인정받으며 중국 공민이 되었다. 중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지녔던 이들에게 냉전 시대의 한국은 '악독한 자본주의의 온상'으로 여겨졌으나,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상황은 급격히 변화했다.

### 코리안 드림의 시작과 그림자

한국에서 재외동포로 인정받으면서 조선족의 대규모 노동 이주가 시작되었다. "걸을 수 있는 사람은 모두 한국에 갔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이들이 한국으로 향했다. 200만 명에 달하는 중국 조선족 중 72만 6천여 명이 일자리를 찾아 한국으로 이주했다. 이들이 한국에서 단기간에 벌어들인 돈으로 연변에 장만한 번듯한 새집은 '만원호(萬元戶)'라 불리며 이웃의 부러움을 샀다. 또한, 연변에 불어닥친 '한국 바람'은 한국에서 일한 부모가 보낸 '한국 돈'으로 자녀가 중국 대도시에 정착하거나 더 멀리 이주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이들을 값싸고 성실한 노동력으로 환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법적 제한과 편견 어린 시선으로 냉대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 차이나 드림의 부상과 새로운 변화

저자는 조선족의 이주 경로와 비자 문제로 인해 연변에서는 소비와 휴식만을 취하고 한국에서는 일에만 집중하는 분할된 삶을 인터뷰와 참여 관찰을 통해 생생하게 그려낸다. 특히 중국 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연변에서 '한국 바람'이 잦아들고 '차이나 드림'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과정은 인상적이다. 이제는 "아직도 한국에 가느냐"는 핀잔 때문에 한국에서 일하는 것을 숨길 정도라고 한다. 저자는 조선족 사회에 코리안 드림이나 차이나 드림에만 매달리지 않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세대가 등장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들은 국경을 넘나드는 대안적인 진로를 개척하거나 연변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 용어해석

- **조선족:** 중국 내 소수민족 중 하나로, 주로 중국 동북 지방(만주)에 거주하는 한민족 혈통의 사람들.
- **만원호(萬元戶):** 1980년대 중국 개혁개방 시기에 연간 수입이 1만 위안을 넘는 부유한 가정을 지칭하는 말. 당시에는 상당한 부를 상징했다.
- **코리안 드림:** 한국에서 일하며 돈을 벌어 성공하겠다는 조선족들의 꿈을 의미한다.
- **차이나 드림:** 중국의 경제 성장과 함께 중국에서 성공하겠다는 꿈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