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른, 스위스] 스위스가 세계적으로 독특하고도 엄격한 교통 법규 적용 방식으로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나라는 운전자의 단순한 법규 위반을 넘어, 해당 운전자의 경제적 능력, 즉 소득과 재산 수준에 비례하여 벌금을 부과하는 '소득 비례 벌금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 부유한 프랑스 국적 운전자가 스위스에서 과속 운전으로 적발되어 최대 1억 5천만 원에 달하는 벌금을 물게 될 위기에 처하면서, 이 제도의 실효성과 파급력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약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23년 5월, 스위스 보주(Vaud)의 주도인 로잔 인근 도로에서 한 운전자가 시속 50km 제한 구역에서 시속 77km로 과속 운전을 하다가 경찰의 단속에 적발되었습니다. 이는 제한 속도를 약 27km/h 초과한 명백한 과속 위반이었습니다.
스위스 사법 당국은 단순한 속도 위반으로 보지 않고, 운전자의 경제적 배경을 면밀히 조사하여 벌금을 산정했습니다. 보주 법원은 지난 6월, 이 운전자에게 우선 1만 스위스프랑(한화 약 1,700만 원)을 선불로 납부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판결일로부터 향후 3년 이내에 유사한 속도 위반이 다시 적발될 경우 추가로 8만 스위스프랑(한화 약 1억 3,700만 원)을 납부해야 한다는 조건부 판결을 내렸습니다. 따라서 이 운전자는 최대 총 9만 스위스프랑, 우리 돈으로 약 1억 5천만 원에 달하는 벌금을 물게 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이 운전자는 스위스의 유명 경제지인 '빌란(Bilanz)'이 선정한 스위스에서 가장 부유한 300명 중 한 명으로 꼽힐 정도로 막대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수천억 원대의 자산을 가진 프랑스 국적의 자산가로 전해졌으며, 법원의 이번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운전자가 과거에도 유사한 과속 위반 전력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8년 전에도 과속으로 적발되어 당시에도 1만 스위스프랑을 먼저 납부했고, 2년 이내 재위반 시 추가로 6만 스위스프랑(한화 약 1억 원)을 납부해야 하는 조건부 판결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처럼 반복된 위반 사례는 스위스 사법 당국이 왜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는지 짐작게 합니다.
스위스의 벌금 부과 방식은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독특한 제도로 평가받습니다. 대부분의 국가가 교통 법규 위반 시 정해진 액수의 고정 벌금을 부과하는 것과 달리, 스위스는 위반자의 개인 소득, 재산, 심지어 생활 방식까지 고려하여 벌금 액수를 산정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일수벌금제(Day-fine system)'의 일종으로, 벌금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이 제도의 핵심은 벌금의 '징벌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있습니다. 만약 고정 벌금제를 시행할 경우, 수십만 원의 벌금은 저소득층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수천억 원의 자산을 가진 부유층에게는 사실상 아무런 제약이 되지 않아 법규 준수의 동기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것입니다. 소득과 재산에 비례하여 벌금을 부과함으로써, 부유층에게도 교통 법규 위반이 경제적으로 상당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하여, 모든 사회 구성원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동일한 책임감을 느끼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스위스 역사상 과속과 관련하여 부과된 최고액 벌금은 2010년에 기록되었습니다. 당시 스위스 장크트갈렌(St. Gallen)주에서 과속으로 페라리를 몰던 한 백만장자 운전자는 무려 29만 달러(한화 약 4억 원)에 달하는 벌금을 납부해야 했습니다. 이는 스위스의 소득 비례 벌금제가 얼마나 강력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소득 및 재산 기반의 벌금 부과 방식은 스위스 외에도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그리고 스칸디나비아 국가(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일부가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 역시 경제적 불평등이 법 적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고, 벌금의 징벌 효과를 보편적으로 적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반면, 대한민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은 소득이나 재산과 무관하게 교통 법규 위반 시 정해진 금액을 벌금 또는 범칙금으로 부과하는 고정액 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법 적용의 단순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벌금의 실질적인 체감 효과가 개인의 경제력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한계도 존재합니다.
스위스의 이번 사례는 교통 법규 준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벌금 제도가 단순한 처벌을 넘어 사회 전체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예방적 효과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Q: 스위스의 교통 법규 위반 벌금은 어떻게 산정되나요?
A: 스위스는 운전자의 소득과 재산, 그리고 생활 방식 등 개인의 경제적 능력을 기준으로 벌금 액수를 산정하는 '소득 비례 벌금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는 벌금의 징벌적 효과가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공평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Q: 왜 스위스는 소득과 재산에 따라 벌금을 부과하는 독특한 방식을 사용하나요?
A: 스위스의 '소득 비례 벌금제'는 벌금의 실질적인 부담이 경제력과 무관하게 모든 사람에게 의미 있는 수준이 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고정된 벌금은 부유층에게는 경미하게 느껴져 법규 준수 동기를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의 경제력에 비례하여 벌금을 부과함으로써 모두에게 동등한 법적 책임감을 부여하고 교통 법규 준수를 유도합니다.
Q: 다른 나라도 스위스와 유사한 벌금 부과 방식을 사용하나요?
A: 네,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그리고 일부 북유럽 국가(스웨덴, 핀란드 등)에서도 스위스와 유사하게 소득이나 재산에 비례하여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반면, 대한민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은 소득과 무관하게 정해진 금액의 벌금 또는 범칙금을 부과하는 고정액 제도를 운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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